Playing Heaven
AI로 근세 신유학의 다양한 세계를 다시 그리기
ENKO

홍콩대학교·홍콩과학기술대학교·싱가포르국립대학교 공동 연구 · 2026–2029

사상 학파와 문학 운동, 번역 사업, 몸을 매개로 한 수련 전통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역사적 형성물이다. 이들은 특정한 조건 속에서 결집해 권위를 획득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분열했으며, 대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Playing Heaven은 흩어져 있고 불균등하게 전해진 흔적들을 분야 특화형 AI 시스템으로 잠정적 관계 속에 놓되, 모든 결과를 그 근거가 되는 구절까지 되짚어 확인할 수 있게 한다.

成竹胸中

“가슴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가 있다” — 소식이 화가 문동 文同(1019–1079)을 두고 한 말
장식이 아니라 계측입니다. 표시는 이 구절의 기능어를 헤아린 것입니다.

역사적 문제

근세 동아시아의 지적 삶은 오늘날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 분과의 구획에 따라 나뉘어 존재하지 않았다. 주희 朱熹(1130–1200)를 숭상한 학자도 소식 蘇軾(1037–1101)의 문체를 본떠 산문과 시를 짓고, 역사적 선례가 지닌 권위를 논하며, 시와 회화를 품평하고, 의학적·종교적·윤리적·미학적 수련법에 따라 몸과 마음을 닦았을 수 있다.

철학과 문학, 종교, 역사, 미학, 신체적 실천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포개지는 배움의 장을 이루었다. 그 경계 또한 학문적 소속과 후원 관계, 관직 경력, 텍스트의 유통 방식,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 기준에 맞추어 끊임없이 이동했다. 따라서 후대에 전승된 학파나 전통의 명칭은 처음부터 명확한 경계를 지닌 안정된 실체로 간주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이름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부여되고 받아들여졌는지를 설명해야 할 역사적 주장으로 다루어야 한다.

프로젝트 전문 읽기 →

가슴속의 완성된 대나무

이 제목은 송대의 문인 소식이 화가 문동을 두고 “가슴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가 있다”(成竹於胸中)고 찬미한 글에서 착안했다. 이 표현은 단순히 완성될 그림의 모습을 화가가 미리 머릿속에 그려두었다는 뜻에 그치지 않는다. 소식의 설명에 따르면 문동은 싹이 트고 무성하게 자라다가 시들고 다시 돋아나는 대나무의 전 생애와 변화의 이치를 온전히 몸에 익혔다. 그랬기에 그의 붓은 매 순간 달라지는 형세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도, 눈앞의 대상을 기계적으로 베끼는 데 머물지 않을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Playing Heaven이 풀고자 하는 과제다. 역사가가 마주하는 과거는 완결된 전체로 남아 있지 않다. 과거는 서로 다른 시기와 장소에 흩어져 있고, 우연과 선택에 따라 불균등하게 전해진 흔적들로부터 복원된다. 한 문헌에 남은 교리적 주장, 다른 글에서 발견되는 문체의 모방, 훗날의 기록에 보존된 정치적 연계, 이중언어 판본에 남은 번역가의 선택, 시구 속에 스며든 미적 판단, 혹은 당대에는 느슨한 인연에 지나지 않았지만 후대에 이르러 정식 계보로 격상된 관계가 모두 그러한 흔적에 해당한다. 인간 연구자는 이러한 흔적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읽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료가 여러 장르와 언어, 지역과 세대를 가로질러 광범하게 흩어져 있을 때, 그 모든 조각을 동시에 시야 안에 붙들어두고 서로의 관계를 비교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방법

이에 이 프로젝트는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지성사 연구자에게 필요한 “가슴속의 완성된 대나무”에 해당하는 잠정적 전체상을 구성하고자 한다. 이는 AI가 과거의 완전한 모습을 대신 재현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연구자의 힘만으로는 일일이 대조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고 이질적인 증거군 속에서 반복되는 구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친연성, 가능한 전개 경로, 어휘 사용의 비대칭, 그리고 문헌 기록의 공백을 찾아내고 서로 연결해보려는 시도다. 그 목적은 역사적 이해를 기계적인 종합이나 환원적인 수량화로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흩어진 흔적을 비교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되, 그 과정에서 자료 사이의 미세한 차이와 변주, 모순과 불균형을 지우지 않는 데 있다.

중간 층위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방법 →

사례 연구

길이가 다른 두 개의 연구 자료집. 첫째는 한국 신유학 계보에 관한 기존 연구를 문학사와 지성사로 확장하고, 둘째는 만주어–한문 이중언어 문헌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두 사례 연구 →

연구 작업

수행하려는 작업의 성격에 따라 트랜스포머 기반 기계학습, 트랜스포머 이전 세대의 기계학습, 규칙 기반 방법을 유연하게 조합한 분야 특화형 복합 AI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는 서로 다른 역사 연구의 작업을 담당한다. 무엇을 자료로 선정할지,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할지, 어떤 계산 방법을 선택할지, 가능한 해석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역사학적 질문에 따라 결정된다.

여섯 가지 연구 작업 →